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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의 거짓말〉 속 경성, 90년 전 우리말을 지킨 사람들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이 1932년 경성을 무대로 화제를 모으는 지금, 1936년 10월 28일 조선어학회가 펴낸 표준말 모음을 돌아봅니다. 허구의 첩보극과 실제 우리말 지키기의 역사를 구분해 살펴봅니다.

Oct 28, 2026
〈100일의 거짓말〉 속 경성, 90년 전 우리말을 지킨 사람들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공식 홍보 포스터(2026). 출처: tvN 제공·스타뉴스(2026.9.23).

1930년대 경성, 비밀을 품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거리. 요즘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을 보는 시청자라면 떠올릴 법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극 중 시대보다 불과 네 해 뒤, 실제 경성에서는 총이나 암호가 아닌 ‘말’을 두고 긴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1936년 10월 28일, 조선어학회가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을 펴낸 날입니다. 2026년 오늘로 꼭 90년이 됐습니다.

드라마가 다시 불러낸 1932년의 경성

〈100일의 거짓말〉은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미국으로 떠나려던 소매치기 이가경이 독립군과 거래해 조선총독부에 신분을 숨기고 들어가면서 시작하는 첩보 로맨스입니다. 그곳에서 통역관 사토 히데오와 마주치며 비밀과 선택이 얽힙니다. 이가경과 사토 히데오의 사건은 드라마의 창작된 이야기이지, 실제 독립운동 사건의 기록은 아닙니다.

10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작품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집계한 10월 4주차(19~25일) TV·OTT 통합 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6회 시청률도 전국 유료 가구 기준 9.5%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화제성 순위와 시청률은 서로 다른 지표이므로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아야 합니다.

1930년대 경성 혼마치 거리의 채색 엽서에 보이는 상점과 보행자들
1930년대 경성 혼마치(현 충무로) 거리의 채색 엽서. 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Mark.

그보다 네 해 뒤, 실제 역사의 10월 28일

1936년 10월 28일은 당시 한글날이었습니다. 조선어학회는 한글 반포를 기념하는 날에, 여러 사람이 오랫동안 검토해 온 결과를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이라는 책으로 발표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사람들의 입에서 서로 다르게 쓰이던 말을 모아, 공통으로 쓸 기준을 정리하려는 작업이었습니다. 한글날이 지금의 10월 9일과 달랐다는 사실도 뜻밖의 역사입니다.

이 작업은 1933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이어 진행됐습니다. 말을 적는 규칙을 세운 뒤, 실제 어떤 말을 표준으로 쓸지 더 구체적으로 가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조선어학회는 위원회를 꾸리고 여러 차례 토론하며 그 결과를 책으로 묶었습니다. 책 한 권을 만드는 일이기도 했지만, 한국어를 함께 배우고 쓰기 위한 토대를 다지는 일이었습니다.

1936년 무렵 경성 우편국에서 종로 방면을 내려다본 흑백 옛 엽서 사진
1936년 무렵 경성 우편국에서 바라본 종로 거리의 옛 엽서. 출처: Wikimedia Commons, 한국·일본 퍼블릭 도메인.

거리는 같은 시대, 주인공은 서로 다르다

드라마의 첩보전은 극적인 상상력을 통해 1932년 경성의 긴장을 보여 줍니다. 반면 1936년의 표준말 모음은 실제 언어학자와 활동가들이 만들어 낸 기록입니다. 한쪽은 이야기의 힘으로 시대에 대한 호기심을 부르고, 다른 한쪽은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지키고 정리하려 했는지 사실로 말해 줍니다. 네 해의 간격을 두 이야기가 직접 이어진 사건처럼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기록을 볼 때 특히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독립기념관이 공개한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의 소장본에는 1945년판과 1946년판도 있습니다. 이것은 1936년 초판 발행 사실을 보여 주는 자료이지만, 후대 판본을 그대로 초판 원본이라고 소개해서는 안 되겠지요. 아래 공식 자료에서 서지 설명과 원문 이미지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제작을 보고 오래된 책장을 펼치는 이유

드라마 속 이름과 사건을 즐긴 다음,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실제 기록을 한 번 펼쳐 보면 어떨까요? 오늘의 한국어가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낱말 하나하나를 두고 고민하고 정리해 온 결과라는 사실이 보일 겁니다. 경성의 첩보극에서 출발한 호기심이, 90년 전 우리말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역사로 이어지는 하루입니다.

참고한 자료

  1. m.edaily.co.kr
  2. search.i815.or.kr
  3. encykorea.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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